저는 책을 놓고 산 지가 오래였는데 작년에 이사를 하고 나니 동네에 아는 사람도 없고, 아이들도 학교로 학원으로 돌다 보니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사실 책 읽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너무 심심하고 무료해서 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다 보니 또 재미가 있더라고요. 시간도 잘 가고요. 물론 어려운 책은 여전히 못 읽겠어요. 흥미롭고 읽기 쉬운 소설책 위주로 봅니다. 작년엔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에 빠져서 아파트 도서관에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은 거의 다 본 거 같아요. 대부분이 추리소설이라 계속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빠져들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리고 요즘 책들은 표지가 왜 이렇게 다 예쁜 거에요? 제가 책 고르는 기준은 간단합니다. 신간코너에 가서 표지 예쁜 책을 집어옵니다. ㅎㅎ 책을 사서 보진 않아요. 요즘은 아파트 도서관도 관리가 잘 되고 있어서 신간도 계속 들여놔주십니다. 아직 소설책이 뭔지 잘 모르는 저희 딸도 이제는 엄마 취향 파악하고 알아서 잘 골라와 주더라고요. 기특합니다.^^
어쨌든 이 책도 신간 코너 기웃거리다 눈에 들어와서 집어왔는데요. 부제에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아,이 책 잘 골라왔다 싶었죠.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지은이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정신병원(현 국립정신건상센터)에서 12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했다.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 등 10여 권의 책을 펴내 130만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
정신분석 전문의로, 두 아이의 엄마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로 살아온 그녀는 마흔 살까지만 해도 '내가 잘 했으니까 지금의 내가 있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01년 마흔세 살에 몸이 점점 굳어 가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나서 병마와 싸우며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역할을 다 잘해 내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닦달하며 인생을 숙제처럼 살아오다 보니 정작 누려야 할 삶의 즐거움들을 너무 많이 놓쳐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행히 병이 초기 단계라 아직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았다. 그래서 일어났고, 하루를 살았고, 또 다음 날을 살았다. 책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그렇게 22년 동안 병마와 싸우며 진료와 강의를 하고, 두 아이를 키우고, 열 권의 책을 썼다. 더 이상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않겠다고, 어차피 사는 거 재미있게 살겠다고 마음먹으니까 세상에 새롭고, 신기하고, 감탄할 만한 일들이 참 많았다고. 그래서 그녀는 앞으로 병이 더 악화되어 더 이상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더라도 그때 그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하면서 재미있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짧은 프롤로그만 읽었을 뿐인데 이 책을 다 읽은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열심히 살아오셨고, 지금도 본인의 삶을 충실히 또 재미있게 살아가고 계신 작가님께 감동하고, 저를 돌아보게 되고, 벌써 위로를 받은 것만 같았습니다.
벌써 마흔이 넘어버린, 하루하루 잘 버텨 내고 있지만 가끔은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딱 하나뿐이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2015년에 펴낸 책으로 10만 부 판매 기념 스페셜 에디션으로 나온 책이었더라고요. 원래 책에서 아들과 딸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빼고 본인의 책을 읽은 적이 있는, 벌써 마흔이 넘은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담았다고 하네요. 마흔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에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모로서의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배우자로, 또 나 자신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목차
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을 펴내며
PROLOGUE 파킨슨병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CHAPTER 1
30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며 깨달은 인생의 비밀
-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불행이 찾아올 때가 있다
- 완벽한 때는 결코 오지 않는 법이다.
- 딱 한 발짝만 내디뎌 볼 것
- 처음은 누구나 서툴다
-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
- 지금껏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
- 해 봤자 안 될게 뻔하다는 말부터 멈출 것
CHAPTER 2
환자들에게 미처 하지 못한,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
- 어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 환자들이 내게 가장 많이 한 말
- 과거가 현재를 지배하도록 놔두지 말 것
- 사랑하는 사람을 함부로 치유하려 들지 말 것
- 직장 선후배를 굳이 좋아하려 애쓰지 말 것
- 내가 열등감을 가지고도 즐겁게 사는 비결
- 제발 모든 것을 '상처'라고 말하지 말 것
- 늘 혼자가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 나쁜 감정을 가졌다고 자책하는 사람들에게
CHAPTER 3
내가 병을 앓으면서도 유쾌하게 살 수 있는 이유
- 22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깨달은 것들
-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나를 가록막은 것은 바로 나였다
- 내가 그를 용서한 진짜 이유
-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친구들에 대하여
- 내가 충고를 잘하지 않는 까닭
-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
- 공부의 즐거움에 대하여
-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행운에 대하여
- 그냥 재미있게 살자고 마음먹었을 뿐이다
CHAPTER 4
마흔 살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
-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태도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 나는 남편을 모르고, 남편은 나를 모른다는 사실
- 좋은 부모가 되려고 너무 애쓰지 말 것
- 때론 버티는 것이 답이다
- 가까운 사람일수록 해서는 안 될 것들이 있다
- 나는 참 가진 게 많은 사람이었다
- 사람을 너무 믿지 마라, 그러나 끝까지 믿어야 할 것도 사람이다
CHAPTER 5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더 많은 실수를 저질러 볼 것이다
-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 상처를 입더라도 더 많이 사랑하며 살 것이다
- 나는 나의 길을 걷고, 아이는 아이의 길을 걷게 할 것이다
- 한 번쯤은 무엇에든 미쳐 볼 것이다
- 힘든 때일수록 유머를 잃지 않을 것이다
- 어떤 순간에도 나는 나를 믿을 것이다
- 그리고 조용히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EPILOGUE 내 인생의 버킷 리스트 10
나는 완벽한 때를 기다리지 않는다. 내 삶에는 늘 빈 구석이 많았고, 그 빈 구석을 채우는 재미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나는 가고 싶은 길을 갈 것이다. 준비가 좀 덜 되어 있으면 어떤가. 가면서 채우면 되고 그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인 것을
인생은 우리의 뜻대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때론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그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노력의 결과가 당장 보이지 않는다고 실망하거나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법이다. 그런데 이 관계가 때론 너무 헐거워 우리를 외롭게 만들고, 때론 너무 밀착되어 우리를 질식하게 만든다. 그 사이의 간극을 메워 주는 게 바로 가까이 두고 오래 사귄 친구다.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든 이 세상에서 나를 지탱해 주는 심리적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인디언 속담 중에 "친구는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누군가에게 충고를 하고 싶다면 그를 내 생각대로 통제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어차피 그는 당신의 충고를 듣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냥 가만히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난 후 조심스레 당신의 의견을 말해 주어라. 그리고 결정은 그에게 맡겨라. 그가 설령 잘못된 길을 선택하고, 나중에 후회할지 언정 그것은 그의 몫일뿐이다.
우리는 살면서 무수히 많은 이별을 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떠날 사람은 떠날 테고, 남을 사람은 남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해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이별, 그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쉽지만 따뜻한 이별을 준비하는 것일 게다. 오늘 하루 잘 살고, 오늘 하루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 말이다.
자신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마음속에는 젊은 시절의 열정이 그대로 살아 있고 앞으로도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이 자꾸만 아니라는 신호를 건넨다. 흰머리와 잔주름, 떨어진 체력, 노안 등등이 마흔의 나를 한꺼번에 덮쳐 오는 것이다.
그래서 마흔은 슬프다. 왜냐하면 날마다 조금씩 젊은 시절의 나를 잃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찾을 수 없는 것에 매달리다 보면 결국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뿐이다. 내가 의미 있게 써야 할 시간, 내가 더 사랑해야 할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까지도.
아무리 사랑해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러니 상대방에게 나에 대해 자꾸 알려 주어야 한다.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나를 알려주고, 상대방을 끊임없이 알려고 노력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결혼 생활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부모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줄 수 있는 만큼의 사랑과,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부모의 곁은 떠나갈 때 잘 떠나보내는 것이다. 그러니 좋은 부모가 되려고 너무 애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상적인 부모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법이니까.
부모에게는 부모의 길이 있고, 아이에게는 아이의 길이 있다. 그러므로 부모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은 자신의 길을 잘 걸어가는 것뿐이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며 살고 싶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더 많은 도전을 하고 웬만한 일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쌓인 경험들이 얼마나 값진지를 알기 때문이다.
'평범한 주부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쩌다 어른 김미경 강사 <마흔, 멈출까? 달릴까?> (1) | 2023.03.29 |
---|---|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 초등 육아서적 추천 (1) | 2023.03.14 |
무 요리 / 새콤달콤 무생채, 들기름 무나물볶음 만드는 법 (0) | 2023.03.06 |
김민석(멜로망스) / 너와 함께 [MV / 노래가사] (0) | 2023.02.26 |
멜로망스 콘서트에 다녀왔어요~ (0) | 2023.02.20 |
댓글